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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간 신촌의 이찌멘(一麵)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다녀왔고, 나도 벌써 이번이 세 번째다. 처음 와 봤을 때의 느낌은 일본보다
더 철저한 일본식이란 느낌을 받아서 좀 낯설었는데, 몇 번 와 보니까 적응이 됐다.
우리 회사 주변에도 분점이 하나 생기면 좋겠다. 24시간 영업이라 출출하면 아무 때나 가서 맛있는 짬뽕을 먹을 수 있으니까...

여기 처음 오는 손님들 중에서 저 맛 선택 종이를 받고 옆사람 컨닝 한 사람도 분명 있겠지.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1번 표준, 2번 후리카케 공기밥, 3번 칼슘 추가다.
표준맛도 충분히 맵고, 데마끼는 마른김이 혀에 짝짝 눌러 붙고, 김치는 따로 체크를 안 해도 어차피 갖다주기 때문이다.
간단히 모의고사를 풀었으니 본고사도 풀어보자.




이게 바로 이찌멘이 벤치마킹한 오리지널 '이찌란(一蘭)'의 맛 선택표인데 옛날에 후쿠오카 놀러갔다가 이찌란에서 기념으로
한 장 가져왔다. 라면국물을 취향에 맞게 짠 맛, 달짝지근한 맛, 매운 맛, 신 맛 등으로 분류해서 각각 5단계로 선택할 수 있다.
면 위에 얹는 고명과 면의 쫄깃함도 선택할 수 있는데, 주방에서 저 많은 옵션들을 일일히 챙길 수 있다는 게 되게 신기했었다.




아무튼 이찌멘에서 아까 얘기했던 '정답'대로 답을 찍고 주방장 선생님께 제출한 다음에 가게를 다시 천천히 둘러봤다. 
처음에 왔을 때는 낙서 하나 없이 깨끗했는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이렇게 중학교 앞 분식집처럼 낙서로 뒤덮힌 꼴이 되었다.
볼펜으로 휘갈긴 거는 그나마 양반이고, 수정펜, 마카, 심지어는 칼로 긁은 자국까지 있었다.

(제발, YJ♡SH Forever, 선옥아 사랑해! ♡ 이런 것 좀 하지마! 그러다가 너네들 어차피 다 나중에 헤어져,
헤어지고 나서 무심코 라면 먹으러 또 왔다가 벽에 썼던 낙서 보고 쳐 울지 말고!
밥 먹으러 왔으면 그냥 조용히 밥만 먹고 가자.)




국물이 희멀건해서 전혀 매울 거 같지 않은데도 먹다보면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제법 맵고 얼큰하다.
원래 단무지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기 단무지는 별로 시큼하지도 않고 쫄깃하고 달콤해서 싹싹 다 먹었다.




짬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건더기가 적은 게 흠이지만 5,000원이라는 가격에 용서가 된다.
국물과 면 자체로만 따지면 일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런데 여기 처음 왔을 때 자리에 온통 칸막이가
쳐 져 있어서 테이블에서 주방이 보이지도 않고, 주방에서도 테이블이 안 보이는데도 손님들이 라면을 다 먹고 자리를 뜨면
주방에서 귀신같이 알고 그릇을 치우는 걸 보고 좀 신기해서 속으로, "손님들이 라면을 먹을 때
칸막이 틈 새로 몰래 훔쳐보나?"했었는데 이번에 그 궁금증이 풀렸다.




라면집에서 "빅 브라더"의 향기를 느끼게 될 줄이야.
은행이나 관공서가 아닌 일반 식당에서 CC카메라를 보게 돼서 한 번 놀랐고, 생각보다 무덤덤해지는 자신에게 또 한 번 놀랐다.
뭐, '(캠)신촌라면집_얼굴이쁨+몸매죽임.avi' 이런 게 돌아다닐 일은 없으니까...




풀무원 - 순한 생라면 한그릇


어젯밤에 야식과 아침끼니를 살 겸해서 GS25에 들렀는데, 특이하게도 일반 라면진열대가 아니라 삼각김밥이 놓여있는
냉장고 쪽에 진열 돼 있는 컵라면이 눈에 띄어 한 개 사 왔다. 겉에는 가격이 따로 표시가 안 돼 있는데 2,100원이었다.



라면들이 다 그렇듯, 이 제품도 스프에 MSG, 제삼인산칼슘,
탄산수소나트륨등의 7가지 식품첨가물을 뺐다고 강조하면서 "건강분말스프"라고까지 이름을 붙여놨다.
(몸에 좋을 리 없는 수십가지 첨가물 중에서 고작 7가지 뺀 거 가지고 건강분말스프라니...
그럼, 이 스프에 들어있는 산탄검, 카라기난, 유화제 등의 나머지 40여개 화학첨가물은 몸에 좋은 건가?
어차피 다 알고서도 그냥 먹어주는 건데 선수끼리 이러기냐.)



면은 생면 특유의 촉촉함이 있었다. 어차피 증점제, 유화제, 치자황색소 등의 첨가제로 만들어 낸 촉촉함이지.



-시식중-



뭐니뭐니해도 컵라면은 컴퓨터를 가까이 두고 인터넷 하면서 먹는 게 최고지.
짜장면은 당구장, 봉지라면은 만화방, 컵라면은 컴퓨터 앞에서 먹어야 제 맛인 건 동서고금의 진리라고 옛 문헌에도 나와있다.
(하지만 저 라면이 맛있었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참고자료 : 용비어천가 53쪽, 3번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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