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10.03.16 홍합 요리의 끝, 신림동 홍오로(내용추가) 7
  2. 2009.12.13 남자 혼자서 주말 뷔페를 즐기는 방법 6
  3. 2009.10.28 이제는 오리(고기)와 친해지고 싶다 - '화미가' 녹두점 8
  4. 2009.09.03 2,000원에 맛있고 간편하게 배부른 한 끼를... - 가메골 옛날 손왕만두 6
  5. 2009.08.26 5,500원에 쭈꾸미+고기+사리 무한제공, 무한행복 - 다록 쭈꾸미 부페 2
  6. 2009.08.25 12,000원으로 즐기는 초밥뷔페 - 화촌 14
  7. 2009.08.21 놀라운 신림동의 물가 (6) - 육쌈냉면 2
  8. 2009.08.06 세 번째 간 신촌의 이찌멘(一麵) 6
  9. 2009.07.30 놀라운 신림동의 물가 (5) - 우동촌 3
  10. 2009.07.23 놀라운 신림동의 물가 (4) - 순대볶음 5

홍합 요리의 끝, 신림동 홍오로(내용추가)

신림동 녹두거리를 지나가다 꽤 여러 번 본 거 같은데, 도대체 무슨 음식을 어떤 식으로 파는 지 감을 잡을 수 없던 간판과
인테리어 때문에 왠지 가기가 좀 꺼려졌던 곳이다.
지지난 주에도 여자친구랑 그냥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그 앞을 지나가다가 하도 궁금해서 잠깐 서서 두리번 거리고 있었는데,
머리에 수건을 두른 주인 아저씨가 우리를 발견하고 가게 밖까지 나와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걸 계기로 주말에
한 번 들르게 됐다.
 
나름대로 녹두거리의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다고 자부하는 지인들조차 여기가 어딘지, 무슨 음식을 파는 지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 이쯤 되면 주인아저씨에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좀 더 알아보기 쉬운 간판으로 바꾸면 어떨까하는 제안도 해볼만
하겠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식사시간마다 빈자리를 찾기 힘든 곳이 됐다. 역시나 간판이고 뭐고, 식당은 음식맛 자체가
최고의 홍보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메뉴 중에 탕수육과 납작만두가 있어서 이 곳의 정체성에 약간 혼란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거 같은데, 여기는 절대 '중국집'이
아니라 홍합이 들어간 면, 찜, 탕이 주 메뉴인 홍합요리전문식당으로 보면 될 거 같다. 처음 갔던 날은 일단 납작만두와 
"홍해면"만 시켰다.





반찬은 양파절임 딱 한가지인데, 적절하게 새콤달콤한 맛이 다른 요리들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양파절임을 두 번째 다 비워갈 때쯤에 납작만두가 먼저 나왔다. 경상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서울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음식인 거 같다. 납작만두는 만두라기보다 부침개에 가깝기 때문에 소스가 살짝 기름지지만 어쨌든 자주 생각난다.
몇 년 전에 홍대의 "요기"라는 분식점에서 3,500원 주고 먹었던 거 같은데 여기서는 2,000원에 먹을 수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드디어 이 집의 간판메뉴라고 할 수 있는 "홍해면"이 나왔다. 일단 비주얼은 '10점 만점에 10점'
홍해면은 홍합이 특히 많이 들어 간, 약간 덜 매운 해물짬뽕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서울 수도권에서 4,500원짜리 면요리에
홍합을 이렇게 많이 넣어주는 곳은 여기 말고는 또 없을 거 같다. 





이 곳의 광고카피를 "눈으로 먼저 먹는 홍해면"으로 하면 어떨까. 가운데에 있는 고기고명은 돼지갈비 같았는데, '불맛'이
느껴졌다. 일본라면의 고명으로 자주 쓰이는 '차슈'나 '멘마'와 비교해도 고명으로서 전혀 꿀리지 않는다.





홍합을 한참 건져내면서 먹다보니 겨우 국물 속에 감춰져있던 면이 나왔다. 면발은 일반 중국집 짬뽕이랑 거의 똑같았지만
약간 맑은 국물은 보기보다 참 얼큰하고 담백했다. 여름에 먹는다면 땀을 꽤 흘려야 될 거 같다.  





홍해면 두 그릇에서 먹다가 건져 낸 홍합껍데기들...





인간의 지나친 어업으로 인해 순식간에 고갈된 해양자원...





처음 왔다간 날의 다음 날에도 김고문과 학진이를 데리고 와서 총 4명이 점심을 먹었다. 주인아저씨가 홍합탕을 
서비스 해주셨는데, 약간 우유맛이 느껴질 정도로 국물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났다. 이 홍합탕은 인원 수대로 주문하면
홍합이 무제한 리필된단다. 홍합엔 타우린이 들어있어서 원기회복에 좋다는데, 다음에는 홍합탕으로 끝을 보고 싶다.
 



주문한 홍합찜이 나왔다. 생각보다 좀 매콤했지만 역시나 손을 점점 부지런하게 만드는 맛이었다.
2,3명이 한 접시 시키면 적당할 거 같다.


  


이번에는 나 혼자 "홍해면" 대신에 "홍볶면"을 시켜서 먹어봤다. 매콤하게 양념 된 면발이 입에 착착 붙었지만 아무래도 국물이
없는 게 좀 허전했다. 역시 최고의 선택은 값도 똑같은 "홍해면"인 거 같다.





4명이서 하도 이것저것 잘 먹다보니 주인아저씨가 탕수육을 서비스로 턱 하니 내오셨다. 튀김옷은 얇고, 고기가 두툼해서
씹는 맛도 좋고, 소스도 마음에 들었다.





볶음밥은 아직까지 메뉴판에 정식으로 들어가 있지 않아서 아는 사람들만 시켜 먹을 수 있는 메뉴인데, 볶음밥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홍오로에서 꼭 한 번 먹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아낌없이 들어 간 날치알의 양부터 다른 집과 차원이 다르다.






홍대나 삼청동이라면 홍합요리 하나 먹기 위해서 매번 최소 1시간은 기다려야 할텐데, 가게가 신림동에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직접 메뉴를 연구하고 만들어내는 주인아저씨의 자부심에 어떤 메뉴든 믿고 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식당이다.




 

남자 혼자서 주말 뷔페를 즐기는 방법

일요일 오후 1시 40분.
오랜만에 혼자 애슐리에 갔다. 오늘 개점이래 혼자 온 남자손님은 아마 내가 처음일 것이다.
여럿이 오면, 먹으면서 수다를 떠는 재미가 있지만 혼자서는 무슨 재미?
일단 먹는 거 자체에 집중할 수가 있고, 다른 테이블 손님들이 식사하면서 하는 행동들을 천천히 관찰하면서 분석해보는
재미가 있다. 오후 1시 40분에 도착해서 종업원이 구석탱이에 있는 자리랑 홀의 한 가운데에 있는 자리 두 군데를 추천하길래
당연히 홀의 한가운데에 있는 자리를 골랐다. 괜히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을까 하는 소심한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남의 일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자리에 앉았으니 주문을 해야 할 차례, 애슐리는 메뉴판이 따로 없는 대신에 테이블에 놓여 있는 안내지를 보고 주문하면 된다.
예의 상 한 번 훑어보다가 "송로버섯 오일로 구워 낸 버섯소스를 얹은 안심 스테이크"에 잠깐 혹했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예정대로
"샐러드바만요!"라는 대사를 쳤다.




배가 많이 고픈 상태로 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첫 접시는 이것저것 많이 담게 된다. 옛날에는 연어 샐러드 메뉴가 있어서 좋았는데
이제 그 메뉴는 애슐리 프리미엄점에 가야만 먹을 수 있다. 주말에 남자 혼자 뷔페에 와서 밥 먹는 것도 드문 일인데,
매장 한가운데에서 사진까지 찍으려니 부끄럽지 아니하다고 말 할 수 없지 않았지만 아무도 날 기억하지 않을거란
주문을 외우면서 사진까지 열심히 찍었다.




두 번째 접시부터는 뱃속에 여유가 생겨서 음식을 담을 때 장식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세 번째 접시다. 아무래도 뱃속의 여유와 음식의 데코레이션은 비례하는 거 같다.




오랜 뷔페생활에서 터득한 점 하나는 디저트가 식사의 중간에도 좋다는 것이다. 차와 케잌을 천천히 먹으면서 다른 음식들이
소화되는 걸 천천히 기다려주면 과식도 막을 수 있고, 속도 편안해진다.




리치를 먹으면서 벌레 복불복 게임도 즐길 수 있게 한 배려가 돋보인다. 예전의 애슐리는 차갑게 먹어야 맛있는 리치가
늘 미지근해서 불만이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꽁꽁 얼어있었다. 나는 적당하게 시원한 리치를 먹고 싶었는데...




레드체리 단호박은 이번에 새로 선 보인 메뉴인데, 의외의 조합이었지만 달콤한 맛이 서로 잘 어울렸다.




 이것도 이번에 새로 나온 레드페퍼 카펠리니 파스타라는 메뉴인데, 국물있는 쫄면의 맛이랄까.




사람들은 다 "짜장"이라고 부르는데 왜 굳이 표준말을 "자장"으로 고집하는 지 모르겠다. 아무튼 '중국집'이 아닌 다른 식당에서
만드는 짜장은 뭔가 좀 빠진 맛이 나서 아쉬울 때가 많은데, 의외로 애슐리의 짜장소스는 중국집에서 만든 것과 퀄리티가
거의 비슷했다. 다른 메뉴인 간장 볶음밥 위에 얹어 먹으면 더 맛있을 거 같다.




"블랙망또 캘리포니아 라이스"라는 신메뉴인데 그렇게 손이 많이 가질 않았다. 지금 다시 보니까 새삼스럽게 먹고 싶어진다.




고구마에 메이플시럽과 계피가루를 얹고 통으로 구운 메뉴인데, 아무리 봐도 크기가 너무 '통'이라 하나만 먹어도 금방 배가
부를 거 같았다. 맛이 궁금했지만 '뼈를 내어주고 살을 취하는'우를 범하는 거 같아서 참기로 했다.




웨지감자는 아주 익숙한 패스트푸드의 냄새와 맛이 나서 그런지, 찾는 사람들이 많은 메뉴다. 그릇 옆에 케챱도 놓여 있지만 
굳이 그것까지 뿌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맛이 짭짤하다.




땅콩을 뿌린 순살치킨도 내가 좋아하는 메뉴다.



 
이것저것 먹다보니 입장한 지 벌써 1시간 20분이 지나고, 내 양쪽 옆자리 테이블의 손님들도 두 번이나 바뀌었다.
그 중에서 내 왼쪽 테이블에 앉아 있는 4인 가족을 보니 40대 중반쯤의 아저씨가 가장인 거 같았다. 아무리 봐도 평소에는 양식을
멀리하고 무조건 쌀밥과 찌개로 밥을 먹어야만 직성이 풀릴 거 같은 분위기였는데 아니나다를까, 접시에 담아오는 메뉴들도
'최대한 집밥에 가까운'모습을 한 것들이었다. 나야 원래 혼자서도 먹으러 올 만큼 이런 음식들을 좋아해서 상관없지만, 주말에는
집에서 편히 쉬고 싶은데도 가족들을 위해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을 먹으러 온 가장의 무게에 잠시 숙연해졌다.

이제 나도 배가 점점 불러서 마지막 접시를 가져왔다. 조금만 담아오려고 했는데 손이 잠깐동안 또 다른 자아를 가졌었다.




좀 아까 마지막 접시라고 했던 거는 물론 메인 메뉴를 얘기한 것이었다. 디저트는 해당이 안 된다. 아무튼 브라우니가 제법 진한
초컬릿 맛이 나서 좋았다. 잉글리시 브레드... 어쩌고 하는 저 두꺼운 식빵도 의외로 폭신하고 부드러운 식감이라 먹기 좋았다.




오후 3시 20분.
애슐리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임의로 기념일을 정한 뒤에 방문을 하면, 기념일 전후 7일동안 치즈케잌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 물론, 나도 케잌을 챙겼다. (2010년부터는 치즈케잌 대신에 만 원을 적립해주는 걸로 바뀜)
옛날에는 음식으로 한을 푸는 용도로 뷔페에 갔기 때문에 바깥에 나올 때면 늘 배가 꽉꽉 차서 만족감보다는 괴로움이 앞섰는데
지금은 그냥, 다양한 음식들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생각이 바뀌니까 1시간 40분 가까이 있던 것 치고는 적당한
포만감만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싸 갔던 치즈케잌은 저녁 때 지인들과 넉넉히 즐겼다. 애슐리에서 봤던 가장 아저씨가 가족들에게 했던 한 마디가 떠올랐다.
"그래도 여기서 이렇게 먹으면 피자집보다 싸고 좋네!"
연어메뉴가 사라진 것만 빼면 시간제한, 10% 봉사료 없이 1인당 12,900원에 느긋하고 다양하게 한 끼를 즐기고 올 수 있어서
참 마음에 드는 곳이다.




이제는 오리(고기)와 친해지고 싶다 - '화미가' 녹두점

어느 날, 김고문이랑 신림동 골목을 지나가다가 우연하게도(고맙게도) 정문에서 오리고기 시식행사를 하는 식당을
지나가게 됐다. 절대로 그냥 지나칠 리 없는 우리 둘은 오리고기 두 점씩을 먹어봤는데, 참나무 숯에 적당히 훈제 된 고기들은
지금까지 갖고 있었던 오리고기에 대한 편견을 한 방에 날려버릴 만했다.

그 이후로 계속 그 식당에서 오리들과 친해질 기회만을 노리다가, 드디어 지난 주에 친구들 넷이 그 곳에 모여 간단히
점심을 먹기로 했다.


 
우리가 처음 시식을 했던 테이블인데 요즘은 시식행사를 안 하는 거 같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40,000원짜리 훈제 오리 바베큐大를 시키니 하나둘씩 반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 식당에서든 가장
흥미진진한
순간이다. 부추절임은 웬만한 고기집에 가면 기본으로 나오는 반찬이고, 그 옆의 살얼음과 도토리묵이 동동 떠 있는 김치국물이 참 시원새콤해서 좋았다. 소면이라도 후루룩 말아 먹고 싶은 맛이랄까.




이것도 고기집 반찬의 트렌드, 도라지 무침! (숨은 그림 찾기 : 순진한 애욕쟁이 김 모군)




반찬들을 몇 번 깨작거리고 있으니까 드디어 주인공이 등장했다. 야들야들 광채가 나는 비주얼은 마치, 촬영스탭들 한 가운데
서있는
장동건을 생각나게 했다. 한가했던 손이 갑자기 바빠지고, 나의 호흡도 점점 거칠어졌다.




오리고기가 장동건이라면, 마늘은 오달수? 훈제가 잘 돼 있으니까, 오리고기 특유의 냄새가 싫어서 못 먹었던 사람이라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거 같았다.




새콤한 맛이 좀 강한 게 아쉬웠지만 명이나물, 백김치, 깻잎절임도 단순한 엑스트라는 아니었다.




「오리가 나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는 나는 다만 하나의 깻잎이었다. 오리가 나의 몸 위에 살포시 앉았을 때 나는 그에게 가서
오리고기쌈이 되었다.」

얼마 전에 요리계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피에르 가니에르가 우리나라에 와서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선 비주얼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라고 했는데, 나는 프랑스 요리의 소꿉장난 같은 비주얼 보다는 차라리 이렇게 좀 더 원초적이고 가식 없는
비주얼이 더 맛깔 나게 보인다.
 
평소에 먹는 양이 결코 적지 않은 남자 넷이 오리고기大 하나만 시켰을 때는 양이 좀 적지 않을까... 했었는데, 먹다 보니
의외로 양이 찼다. 엄청 배부르다기 보다는 아주 적당히 든든한 느낌이었다.




고기를 시키면 나중에 밥과 국수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나는 따뜻한 국물을 먹고 싶어서 국수를 골랐다.
국물까지 다 마시고 나니까 적당히 든든했던 느낌에서 많이 배부른 느낌으로 바뀌었다. 나중에 계산을 하려고 하니
김고문이, 자기가 시원하게 쏜다고 했다. 뱃속도 훈훈하고, 분위기도 훈훈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회식하면 거의 반사신경처럼 돼지나 소...(가끔 개) 같은, 수 십년동안 봐왔던 애들하고만 또 보려는 습성이
있는데, 이제는 오리와 양의 새로운 매력에도 한 번 빠져보자. 처음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그 맛과 향이 나중에는 오히려
중독이 되는 법이니까.







2,000원에 맛있고 간편하게 배부른 한 끼를... - 가메골 옛날 손왕만두


"나는 누구인가", "인간존재의 이유는 무엇인가" 등의 철학적 물음만큼,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우리는 매일 스스로에게 하며, 어떻게든 그 답을 찾아내려고 애를 쓰게 된다. 그 질문은 바로, "오늘은 또 뭐 먹나?"
나는 오늘  답을 하나 더 찾은 거 같다.

구로시장 입구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가게가 딱 한군데 있다. 낮에 지나 갈 때마다 늘 20명도 넘게
줄 서 있는 거 보고, 여기는 아예 포기하고 있었는데, 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가니까 기다리는 손님들이 별로 없어서
나도 줄을 서서 기다릴만 했다.




이 집의 간판에서는 "생활의 달인", "체험, 삶의 현장"에 나온 가게라고 선전하고 있었는데, 둘 다 음식맛 하고는 전혀 관련 없는
프로그램 아닌가? 아무튼 맛은 궁금하니까 한 번 먹어보기로 했다.(남대문 시장이 본점, 달인도 본점이고 여기는 구로 분점이다) 




좀 비쌀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쌌다. 만두 한 개에 400원인 셈인데 대신, 10개를 사든, 50개를 사든 에누리는 없다.
주인 아저씨 말로는, 만두가게 3곳이 각자의 자존심을 걸고 경쟁 중이기 때문에 가격을 싸게 받는다고 했다.
물론, 여기가 본점이고, 인천에 곧 내게 될 분점에서는 평균 가격인 4개에 2,000원씩 받는다고 한다.
 



여기는 가게 안에 주반만 있고 손님용 테이블이 따로 없는, 포장판매만 전문으로 하는 가게라서
아저씨 손이 쉴 틈이 없어 보었다.




이렇게 찜통에서 갓 나온 따끈따끈한 만두 한 판도 3~5분이면 동이 나 버린다.




만두 한 개 크기가 거의 내 주먹만 했다. 비주얼은 이만하면 됐고, 맛이 과연 어떨지...




만두속과 맛은 야채호빵과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종종 볼 수 있는, 1인분에 1,000~2,000원짜리 공장표 만두하고는
격이 다르다. 내일 저녁도 여기에서 때우고 싶다. 만두만으로 든든한 한 끼가 될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5개를 다 먹고 나니 점점 배가 불렀다. 평소에 밥 적게 먹는 사람들은 2천 원 어치 사서 둘이서 나눠 먹어도
부족한 느낌이 안 들 거 같다.




농구시합 중간중간의 작전타임에 치어리더들이 나와서 코트를 누비듯, 만두들이 금방 다 떨어지고,
새로 빚은 만두가 찜통에 들어 가 있는 동안은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거북이, 악어, 금붕어들이 나와서
만두리더 역할을 한다.







5,500원에 쭈꾸미+고기+사리 무한제공, 무한행복 - 다록 쭈꾸미 부페

요즘 계속, 싼 값에 기분 좋게 한 끼 먹고 나올 수 있는 가게들을 찾아다니다보니,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블로그가 점점
딴지관광청의 '싼맛의 달인'시리즈처럼 변해가는 거 같다. 아무튼, '기분좋은 음식점'카테고리에 남겨둘 만한 음식점들이
계속 나오면 좋겠다.



나의 절친이자 정보원인 김고문의 소개로 알게 된 '다록 쭈꾸미 부페'는 아쉽게도 내가 사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서, 그동안 계속 벼르기만 하다가 드디어 지난 주 일요일 밤에 큰 맘 먹고 갔다. 잠깐 두리번 거리다가
자리를 잡고 앉으니,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2인분으로 기본세팅 된 철판이 나왔다.




뷔페식이라길래 무조건 자기가 직접 갖다 먹어야 되는 줄 알았는데, 맨 처음은 이렇게 알아서 세팅을 해서 갖다주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지 절대 제외!




육수를 붓고 팔팔 끓이니까 점점 그럴싸한 쭈꾸미 전골의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족: 원래는 '주꾸미'가 제대로 된
표준말이지만, 짜장면을 자장면이라고 하면 그 맛이 안 나듯, 쭈꾸미는 쭈꾸미라고 불러줘야 제 맛!) 아무튼, 점심 먹은 지도
오래된지라, 불고기+오징어+쭈꾸미+돼지고기가 우러난 국물이 팔팔 끓는 사운드와 뽀얗게 속아오르는 김에서 냄새를 맡고 나니,
잠깐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꼈다.




다행히, 불이 센 편이라 재료들이 금방 익었다. 쭈꾸미 한 마리를 집어 낼름 씹었는데, 이 쫄깃쫄깃한 맛은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구나! 샤브샤브에 들어가는 고기처럼 얇게 썬 소고기와 불고기도 아주 연해서 입에 착착 감겼다.
가장 궁금하고 우려했던 부분인 쭈꾸미 양념소스도 그럭저럭 먹을만해서 안심했다.




맛난 음식을 발견했을 때 흔히들 외치는 거, olleh? 아니지, "아줌마, 여기 참이슬 하나요!" 하지만 난 술 끊은 지 1년 반이
지났기 때문에, 이슬은 같이 갔던 여자친구만 마시고 나는 소주잔에 술 대신 물을 따라 마셨다. 처음엔 장난삼아 시작했는데
1년 넘게 이렇게 해 보니까, 나도 똑같이 술을 마시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신기한 거는 나도 똑같이 혀가 꼬이기도 한다.




아줌마가 알아서 갖고 온 1차 철판을 뚝딱 다 비우고,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반찬과 고기들을 담아오기로 했다.
마치 피자전문점의 샐러드 바처럼 생긴 곳에 가서 양은 마음껏, 대신 남기지 않을 만큼 맘대로 가져오면 된다.
워낙 싼 가격에 음식을 제공하는 곳 답게, 음식을 남기면 벌금이라는 경고가 여기저기 붙어있었는데, 벌금은 모두 불우이웃을
위한 수익금으로 쓴다고 했고, 카운터 앞 모금함에는 그동안 모은 수익금(벌금?)이 360,000원이나 들어 있어서, 먹는 내내 나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나중에 계산할 때는 진짜로 음식을 남겼나 확인하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음식 남기는 건 역시
아까운 일이니까, 이런 뷔페에서만큼은 남기지 말고 적당히 담아오는 게 좋겠다.










1인분 5,500원에 쭈꾸미, 소고기, 각종 사리 등이 무한제공 된다고 들었을 때, 예전 같으면 무조건 환성을 질렀겠지만,
'오해의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는 '소고기'라는 단어에 민감해지는 습성이 생겼다. 다행히도 여기 소고기는
국내산 육우를 쓴다고 했다. 이것마저 믿을 수 없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개인의 선택이지 뭐.










실내라서 그런지, 사진이 많이 흔들렸다. 이게 다 MB 때문이다.




새벽 3시까지 연중무휴로 장사한다는 얘기를 듣고, 밤 늦게 천천히 왔는데, 밤 11시까지로 영업시간이 줄었다고 했다.
조금만 늦게 왔어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헛걸음 할 뻔 했다. 사람이 되게 많을 줄 알았는데, 역시나 1시간 후에 문 닫는
일요일 밤이라 조금 썰렁했다. 다른 곳에선 쭈꾸미 1인분만 시켜도 보통 7천원 정도는 받는데, 여기는 1인당 5,500원에
소고기+오징어+쭈꾸미+사리+밥이 무제한 제공되고, 아줌마들도 친절하고, 누구랑 와도 무난할 실내 분위기니
평일 점심 때는 얼마나 바글바글할까...







둘이서 기분 좋게 먹고 나와서 입구도 찍었는데, 밤이라서 사진들이 영 좋지 않다. 6,500원에 쭈꾸미와 고기를 무한제공 하는
'용두동 쭈꾸미'라는 가게도 있는데, 사람들이 여기랑 많이 헷갈려 하는 거 같았다.
내가 알기로 다록은 아직 체인점이 없다.





12,000원으로 즐기는 초밥뷔페 - 화촌


여태까지는, 다른 곳에서도 제법 입소문 타고 알려진 곳들을 나도 뒤늦게 따라 가보고 나서 블로그에 후기랍시고 올리는 게
마치, 둥둥 뒷북을 때리는 느낌이 들어서 뭔가 영 개운치 않았는데, 이번엔 내 주변의 몇몇 사람들만 아는 곳을
올리려고 하니까 뭔가를 '발굴'해낸 느낌마저 드는구나.

얼마 전에, 우리 회사에서 5분만 걸어가면 12,000원에 초밥을 실컷 먹을 수 있는 초밥뷔페가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친한 개발자 형의 대접 겸 해서 한 번 가 봤는데, 생각보다 첫느낌이 되게 좋았다. 그 이후로 4번을 더 가 봤는데
점심시간에 한 번 갔을 때 빼고는 다 만족스러웠다.

'화촌'에 대해 글을 쓰려니, 이곳과 가장 성격이 비슷하면서도 가까운, 구로 이마트 앞 '마토이 스시'와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올해 초까지는 초밥 먹을 때 무조건 마토이 스시만 갔었다. 거긴 지금도 14,900원의 회전초밥 뷔페라는 참신한
아이템으로 항상 20분 이상 기다려야 될 정도로 많은 손님들을 끌어모으고 있는데, 식사시간은 1시간으로 제한 돼 있고, 
음식을 남기면 벌금도 있다. 물론, 여태까지 그런 이유들로 벌금을 내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마음 편히 음식을 즐기기에
약간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일단, 화촌은 줄 서서 기다릴 일이 (아직은)없다. 저녁 먹으러 처음 갔을 때는 서너 테이블 빼고는 다 빈자리였다. 
맛이 없는 것도 아니고, 주인이 불친절하거나 인테리어가 후진 것도 아닌데... 그래서 난 당연히, 오픈 초기라서 손님이 별로 없는
걸로 짐작하고 주인아줌마(아니지, 여사장님)한테 물어봤더니 약간의 여유마저 느껴지는 미소로 오픈한 지 벌써 1년이
다 돼 간다는 대답을 들었다. 와우! 혹시, 이 식당이 입점 해 있는 건물주인이신가? 옆에서 초밥을 쥐고 있던
주방장 아저씨들도 각자 자기가 여기서 일한 지 몇개월 됐는지 계산해 보더니 "어라? 우리가 벌써 1년 다 됐네?"이러면서
서로 웃기만 한다.

혼란스러웠다...




아무튼, 초밥들은 대체로 밥의 양이 적어서 초밥 자체의 맛을 느끼기에 적당했다. 마토이 스시 같은 경우는 생선초밥을 만들 때
밥을 좀 많이 넣어서 손님들이 은근히 초밥을 많이 먹지 못하도록 하는 꼼수를 부리는 느낌이 들었는데 여긴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역시 사장님이 건물주인가? 하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었다.




난 이 연어초밥이 너무 좋다. 다른 메뉴 다 빼고 이것만 남겨놔도 난 계속 먹으러 올 거 같다.




어느뷔페든 마찬가지지만, 메인 메뉴 몇 개 빼고는 메뉴가 자주 바뀌기 마련, 이 계란초밥은 다섯 번째 갔을 때 처음 봤다.
 원래 김으로 만든 허리띠를 매고 있는 게 일반적이긴 하지만, 얘들은 나처럼 허리띠를 안 매고 있었다. 계란말이가 조금 달다고
느꼈지만 크게 꼬투리 잡을 정도는 아니었다. 연어초밥만큼 좋아하는 메뉴라서 최소 10개는 넘게 집어 먹은 거 같다.
다른 블로그에서는 종종 '다마고 스시' 어쩌고 하는 이름으로 부르던데, 좋은 우리말 놔 두고 왜 굳이 일본말을 쓰는 지 모르겠다.
역시 일식은 일본 이름으로 불러줘야 가오다시가 사는 건가?




처음엔 이 것도 연어초밥인 줄 알고 마구 집어왔었는데, 알고보니 송어초밥이라네.




나는 어느 뷔페든 이 게 있으면, 한 두개씩은 꼭 집어 먹게 된다.





여기는 롤조차도 다른 뷔페에 비해서 밥의 양이 엄청 적다. 사장님, 이쯤에서 정체를 밝혀주세요!




접시 색깔도 곱네. 물론, 초밥뷔페라고 해서 초밥만 있는 건 아니다.




계속 밥만 먹으면 입 안이 Fuck Fuck 할 거 같아서 메밀국수도 가져왔다. 맛은 뭐 그냥 그렇다.




카레맛이 약간 나는 감자크로켓인데, 몰래 비닐봉지에 싸 가고 싶은 충동을 매 번 느꼈다. 맥주안주로 먹으면 기똥 찰 거 같다.




손만두 튀김은 갓난 아기 주먹도 안 되는 크기라서 부담 없이 먹기에 좋았다. 원래 만두를 좋아하는데다 겉이 얇고 바삭해서
여러 번, 아주 여러 번 가져다 먹었다. 난 이럴 때 뷔페에 온 쾌감을 느낀다.




봄을 돌돌 말았다는 뜻의 춘권(春卷), 이름의 유래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도 껍질이 얇고 바삭바삭해서 꼭 먹게 되는 메뉴다.
가끔 다른 저가뷔페에 가 보면, 접시의 온도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서 차갑게 식어버린 음식을 먹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화촌은 음식들을 늘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신경을 잘 쓰는 편이었다. 




돼지목살 양념고기인데 그다지 특별한 맛은 아니었던 거 같다.




오징어 튀김은 내가 포장마차에서 튀김을 먹을 때 꼭 시켜먹는 메뉴인데, 여기서는 다른 거 먹느라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꼬치오뎅도 여기서는 아직 한 번도 안 먹어봤다.




순살 돈까스와 새우 소금구이 둘 다 다섯 번째 갔을 때 처음 보는 메뉴들이었는데, 다음에도 또 있으면 좋겠다.




어차피 새우는 수입산일 테니까 그렇다 치고, 튀김옷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요 몇 년간 먹었던 새우튀김 중에서 제일 맛있었다.



 
인절미, 수박화채, 사과 등의 디저트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 배가 너무 불러서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




저번에 같이 왔던 절친 김고문이 이 고구마튀김을 되게 좋아했던 생각이 난다.




난 매번 이 양갱으로 마무리를 했다. 일반 가게에서 파는 해태 밤양갱은 설탕을 뭉쳐 놓은 듯, 매우 달지만,
이 수제 양갱은 차갑고도 아주 은은한 단맛이 참 좋다.

평소에도 어디 맛있는 집 없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내가, 걸어가도 5~10분밖에 안 걸리는 거리에 있는 이런 곳을
오픈 한 지 1년이 다 돼 가는 시점에 알게 됐다는 건, 사장님의 홍보 마인드가 몹시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제발 홍보에도 신경 좀... 그래도 맨 처음에 갔을 때와 비교하면 다섯 번째 방문 때는 제법 손님들이 차 있었다.
아무래도, 뒤늦게나마 아주 천천히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거 같았다. 

점심 뷔페는 10,000원이고, 저녁 뷔페는 12,000원인데, 2천 원 차이지만 점심과 저녁메뉴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기왕이면 저녁때 가는 게 팁이라면 팁이랄까... 


 


놀라운 신림동의 물가 (6) - 육쌈냉면

요즘, 웬만한 전문점에선 냉면 한 그릇 값만 해도 보통 5,000원은 넘게 받는데, 4,500원에 냉면과 돼지갈비
둘 다 먹을 수 있다면 나처럼 냉면 좋아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한번쯤은 가보고야 말겠지. 역시나 우리나라엔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육쌈냉면이 벌써 21번째의 지점을 냈다. 이젠 신림은 물론이고 서울과 경기지방의 웬만한 곳에서
다 똑같은 가격으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놀라운 신림동의 물가"라는 제목이 좀 빛이 바랜 느낌이지만 어쨌든 신림이
본점이기 때문에 이 글은 신림동 시리즈에 넣기로 했다.



처음 갔던 날은 마침, 냉면 먹기 좋은 무더운 주말에다 점심시간이었기 때문에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냉면을 줄 서서 먹는 경험은 을밀대 이후로 처음이었다. 좀 놀라웠던 건 내 앞 줄도 제법 긴 편이었는데도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5~10분 기다리니까 2층으로 안내를 받았다. 옛날에 홍대의 하카타분코에서 라면 한 그릇 먹으려고
1시간 가까이 기다렸던 생각이 났다. 그 때는 내가 미쳤지...




자리에 앉자마자 벽에 붙은 메뉴판을 봤다. 고민할 거 없다. 둘이 왔으면 그냥 무조건 육쌈 2개인거다. 원래 난 95%의 확률로
무조건 물냉면을 시키지만 왠지 이 날은 잠시, 비빔냉면을 먹을 지 5초 동안 고민하고 물냉면을 시켰다.
냉면육수는 자기가 먹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갖다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난 지금까지 냉면이 패스트푸드라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었는데, 냉면 두그릇을 주문하고 뜨거운 육수 한 컵을 후후 불며
미처 다 마시기도 전에 냉면과 고기가 나왔다. 물냉면의 맛 자체는 예상했던대로, 엄청 맛있는 정도는 아니고 아주 무난했다.
테이블 위의 주전자에는 물냉면 국물이 항상 가득 차 있으니까 비빔냉면을 시켜서 반은 비빔냉면으로 먹다가
 시원한 물냉면 국물을 붓고 물냉면으로 변신시켜서 먹는 방법도 좋겠다. 그런데 왜, 중국집에는 짬짜면이 있는데
냉면집에는 아직도 물비냉면이 없나! 이것도 나름대로 대박의 조짐이 보이는 아이템인데...




냉면과 세트로 나온 돼지갈비도 예상했던대로 크게 대단한 맛은 아니었고, 먹고나니 아쉬워서 한 접시 더 시킬 정도의
수준이랄까. 음식점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인 맛, 인테리어, 친절도가 말 그대로 무난한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난한 정도면 별 게 아닐까? 난 요즘 "그냥 평범하게 남들 사는만큼 살고 싶다"이 게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일인지 
종종 느낀다. 큰 불만없이 싼 값에 잘 먹고 나왔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는 것은 전혀 기본이 안 돼 있는 음식점들이 
수두룩한 마당에, 평범하고 무난한 게 아니고 이 집이 갖고 있는 경쟁력이겠지.



세 번째 간 신촌의 이찌멘(一麵)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다녀왔고, 나도 벌써 이번이 세 번째다. 처음 와 봤을 때의 느낌은 일본보다
더 철저한 일본식이란 느낌을 받아서 좀 낯설었는데, 몇 번 와 보니까 적응이 됐다.
우리 회사 주변에도 분점이 하나 생기면 좋겠다. 24시간 영업이라 출출하면 아무 때나 가서 맛있는 짬뽕을 먹을 수 있으니까...

여기 처음 오는 손님들 중에서 저 맛 선택 종이를 받고 옆사람 컨닝 한 사람도 분명 있겠지.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1번 표준, 2번 후리카케 공기밥, 3번 칼슘 추가다.
표준맛도 충분히 맵고, 데마끼는 마른김이 혀에 짝짝 눌러 붙고, 김치는 따로 체크를 안 해도 어차피 갖다주기 때문이다.
간단히 모의고사를 풀었으니 본고사도 풀어보자.




이게 바로 이찌멘이 벤치마킹한 오리지널 '이찌란(一蘭)'의 맛 선택표인데 옛날에 후쿠오카 놀러갔다가 이찌란에서 기념으로
한 장 가져왔다. 라면국물을 취향에 맞게 짠 맛, 달짝지근한 맛, 매운 맛, 신 맛 등으로 분류해서 각각 5단계로 선택할 수 있다.
면 위에 얹는 고명과 면의 쫄깃함도 선택할 수 있는데, 주방에서 저 많은 옵션들을 일일히 챙길 수 있다는 게 되게 신기했었다.




아무튼 이찌멘에서 아까 얘기했던 '정답'대로 답을 찍고 주방장 선생님께 제출한 다음에 가게를 다시 천천히 둘러봤다. 
처음에 왔을 때는 낙서 하나 없이 깨끗했는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이렇게 중학교 앞 분식집처럼 낙서로 뒤덮힌 꼴이 되었다.
볼펜으로 휘갈긴 거는 그나마 양반이고, 수정펜, 마카, 심지어는 칼로 긁은 자국까지 있었다.

(제발, YJ♡SH Forever, 선옥아 사랑해! ♡ 이런 것 좀 하지마! 그러다가 너네들 어차피 다 나중에 헤어져,
헤어지고 나서 무심코 라면 먹으러 또 왔다가 벽에 썼던 낙서 보고 쳐 울지 말고!
밥 먹으러 왔으면 그냥 조용히 밥만 먹고 가자.)




국물이 희멀건해서 전혀 매울 거 같지 않은데도 먹다보면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제법 맵고 얼큰하다.
원래 단무지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기 단무지는 별로 시큼하지도 않고 쫄깃하고 달콤해서 싹싹 다 먹었다.




짬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건더기가 적은 게 흠이지만 5,000원이라는 가격에 용서가 된다.
국물과 면 자체로만 따지면 일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런데 여기 처음 왔을 때 자리에 온통 칸막이가
쳐 져 있어서 테이블에서 주방이 보이지도 않고, 주방에서도 테이블이 안 보이는데도 손님들이 라면을 다 먹고 자리를 뜨면
주방에서 귀신같이 알고 그릇을 치우는 걸 보고 좀 신기해서 속으로, "손님들이 라면을 먹을 때
칸막이 틈 새로 몰래 훔쳐보나?"했었는데 이번에 그 궁금증이 풀렸다.




라면집에서 "빅 브라더"의 향기를 느끼게 될 줄이야.
은행이나 관공서가 아닌 일반 식당에서 CC카메라를 보게 돼서 한 번 놀랐고, 생각보다 무덤덤해지는 자신에게 또 한 번 놀랐다.
뭐, '(캠)신촌라면집_얼굴이쁨+몸매죽임.avi' 이런 게 돌아다닐 일은 없으니까...




놀라운 신림동의 물가 (5) - 우동촌



<신림9동 치안센터(파출소) 정문을 등지고, 바로 앞에 있는 골목을 조금만 올라가면 왼쪽에 바로 보임>

지난번에는 허수아비 돈까스에 대한 글을 올렸었는데, 이번에는 거기보다 값은 조금 더 비싸지만
여전히 다른 지역의 돈까스 전문점에 비하면 싸고, 사람들도 많이 찾는 우동촌이라는 곳이 있다고 해서 한 번 갔다왔다.
이름은 우동촌인데 간판메뉴는 돈까스다.




내부 느낌은 이 정도인데, 얼핏 보면 좁아 보이지만 창가 뒷쪽으로도 공간이 따로 마련 돼 있고, 그냥 딱 아담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녹두거리의 메인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았다.




일단 자리를 잡고 이 집에서 가장 싸고 무난한 5,500원 짜리 T본 돈까스를 시켰더니 먼저 조그만 그릇에 참치죽을 담아서 내왔다.
어차피 애피타이저라 양이 좀 적은데, 더 달라고 하면 더 준다고 한다.




죽을 다 먹고 좀 지나니까 T본 돈까스가 금방 나왔다. T본 스테이크처럼 돈까스 가운데에 뼈가 붙어있는 건 아니고,
한 접시에 등심, 양심을 튀겨서 내오는 형식인데 여태까지 내가 먹어 본 어떤 돈까스보다도 고기가 두툼했다.
얼마나 두툼하냐면...




튀김옷을 뺀 고기 두께만 최소 2cm는 넘는 거 같았다. 겉의 튀김가루도 과자 '웨하스' 부스러기마냥 유난히 바삭바삭 한 게
인상적이었고 대부분의 돈까스 전문점의 소스는 중국집의 짜장소스처럼 굉장히 표준화 된 맛인데,
여기는 직접 개발한 소스를 쓰고 있었다. 그 소스 재료는... 모르겠다. 난 절대미각이 아니니까.




돈까스를 다 먹고 나니까 직접 만든 양갱이랑 자스민차를 디저트로 갖다줬는데 그리 달지 않은 차가운 맛이 입 안을 깔끔하게
마무리 해줬다. 생각해보니 신림에서 디저트 나오는 식당에 들른 게 처음이었네.

 
허수아비 돈까스와 우동촌은 둘 다, 주 메뉴로 삼고 있는 돈까스가 인기가 많다는 점에서 서로 비교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데, 맛은 워낙 주관적인 거고 1,500원의 값 차이에서 생기는 장단점도 분명히 있으니까 어디가 더 좋다!
이렇게 쉽게 말 할 수는 없을 거 같다. 게다가 우동촌은 T본 돈까스 외의 다른 메뉴들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내가 아직 먹어보지 못했으니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점은
"돈 값을 한다."







놀라운 신림동의 물가 (4) - 순대볶음




<티스토리 블로그 최초의 철판순대볶음 롱테이크샷! 신림동 올로케이숑! 
영화 올드보이, 히트의 롱테이크샷 못지 않게 이 장면도 찍기 힘들었다.
혼자서 아무 말 없이 몇 분 동안 이러고 있는 건 보통 쪽팔린 게 아니거든...>


'종로곱창' 앞을 지나다닐 때마다 수 없이 보던 장면.
원래 순복음은 안 좋아하지만 순대볶음은 너무 좋아해서 먹고는 싶었지만 혼자 먹기엔 애매하고,
웬지 소주도 같이 사야 될 거 같고...
이런 저런 이유로 1년 넘게 가게 앞을 지나치기만 하다가 저저번 주에 여친이 갑자기
먹고 싶다고 하길래, 마침 잘 됐다 싶어서 냉큼 포장주문을 했다.

밤에 순대볶음을 먹기엔 매우 적절치 않은 장소였지만, 가까운 신성초등학교 운동장 구석에 자리를 잡고
카프리 1병과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순대볶음을 먹었다. 물론, 나는 금주중이라
카프리는 눈으로만 마셨다...

매콤하고 쫄깃한 순대와 같이 씹히는 아삭한 양배추, 깻잎의 향... 맛있었다.
뭔가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그 가게에 왜 항상 손님들이 많은 지 납득이 가는 맛.

그런데 분명히 1인분을 시켰는데 둘이서 아무리 먹어도 양은 좀처럼 줄지 않아서
우리 둘 다 미리 저녁을 먹고 온 걸 후회했다. 셋이서 먹으면 딱 적당할 양이었다.

1인분 기준으로 순대볶음 6,000원, 돼지곱창볶음 6,000원, 순대+돼지곱창볶음 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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