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거리'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03.16 홍합 요리의 끝, 신림동 홍오로(내용추가) 7
  2. 2009.10.28 이제는 오리(고기)와 친해지고 싶다 - '화미가' 녹두점 8
  3. 2009.07.30 놀라운 신림동의 물가 (5) - 우동촌 3
  4. 2009.07.21 놀라운 신림동의 물가 (2) - 허수아비 돈까스 7

홍합 요리의 끝, 신림동 홍오로(내용추가)

신림동 녹두거리를 지나가다 꽤 여러 번 본 거 같은데, 도대체 무슨 음식을 어떤 식으로 파는 지 감을 잡을 수 없던 간판과
인테리어 때문에 왠지 가기가 좀 꺼려졌던 곳이다.
지지난 주에도 여자친구랑 그냥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그 앞을 지나가다가 하도 궁금해서 잠깐 서서 두리번 거리고 있었는데,
머리에 수건을 두른 주인 아저씨가 우리를 발견하고 가게 밖까지 나와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걸 계기로 주말에
한 번 들르게 됐다.
 
나름대로 녹두거리의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다고 자부하는 지인들조차 여기가 어딘지, 무슨 음식을 파는 지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 이쯤 되면 주인아저씨에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좀 더 알아보기 쉬운 간판으로 바꾸면 어떨까하는 제안도 해볼만
하겠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식사시간마다 빈자리를 찾기 힘든 곳이 됐다. 역시나 간판이고 뭐고, 식당은 음식맛 자체가
최고의 홍보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메뉴 중에 탕수육과 납작만두가 있어서 이 곳의 정체성에 약간 혼란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거 같은데, 여기는 절대 '중국집'이
아니라 홍합이 들어간 면, 찜, 탕이 주 메뉴인 홍합요리전문식당으로 보면 될 거 같다. 처음 갔던 날은 일단 납작만두와 
"홍해면"만 시켰다.





반찬은 양파절임 딱 한가지인데, 적절하게 새콤달콤한 맛이 다른 요리들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양파절임을 두 번째 다 비워갈 때쯤에 납작만두가 먼저 나왔다. 경상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서울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음식인 거 같다. 납작만두는 만두라기보다 부침개에 가깝기 때문에 소스가 살짝 기름지지만 어쨌든 자주 생각난다.
몇 년 전에 홍대의 "요기"라는 분식점에서 3,500원 주고 먹었던 거 같은데 여기서는 2,000원에 먹을 수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드디어 이 집의 간판메뉴라고 할 수 있는 "홍해면"이 나왔다. 일단 비주얼은 '10점 만점에 10점'
홍해면은 홍합이 특히 많이 들어 간, 약간 덜 매운 해물짬뽕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서울 수도권에서 4,500원짜리 면요리에
홍합을 이렇게 많이 넣어주는 곳은 여기 말고는 또 없을 거 같다. 





이 곳의 광고카피를 "눈으로 먼저 먹는 홍해면"으로 하면 어떨까. 가운데에 있는 고기고명은 돼지갈비 같았는데, '불맛'이
느껴졌다. 일본라면의 고명으로 자주 쓰이는 '차슈'나 '멘마'와 비교해도 고명으로서 전혀 꿀리지 않는다.





홍합을 한참 건져내면서 먹다보니 겨우 국물 속에 감춰져있던 면이 나왔다. 면발은 일반 중국집 짬뽕이랑 거의 똑같았지만
약간 맑은 국물은 보기보다 참 얼큰하고 담백했다. 여름에 먹는다면 땀을 꽤 흘려야 될 거 같다.  





홍해면 두 그릇에서 먹다가 건져 낸 홍합껍데기들...





인간의 지나친 어업으로 인해 순식간에 고갈된 해양자원...





처음 왔다간 날의 다음 날에도 김고문과 학진이를 데리고 와서 총 4명이 점심을 먹었다. 주인아저씨가 홍합탕을 
서비스 해주셨는데, 약간 우유맛이 느껴질 정도로 국물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났다. 이 홍합탕은 인원 수대로 주문하면
홍합이 무제한 리필된단다. 홍합엔 타우린이 들어있어서 원기회복에 좋다는데, 다음에는 홍합탕으로 끝을 보고 싶다.
 



주문한 홍합찜이 나왔다. 생각보다 좀 매콤했지만 역시나 손을 점점 부지런하게 만드는 맛이었다.
2,3명이 한 접시 시키면 적당할 거 같다.


  


이번에는 나 혼자 "홍해면" 대신에 "홍볶면"을 시켜서 먹어봤다. 매콤하게 양념 된 면발이 입에 착착 붙었지만 아무래도 국물이
없는 게 좀 허전했다. 역시 최고의 선택은 값도 똑같은 "홍해면"인 거 같다.





4명이서 하도 이것저것 잘 먹다보니 주인아저씨가 탕수육을 서비스로 턱 하니 내오셨다. 튀김옷은 얇고, 고기가 두툼해서
씹는 맛도 좋고, 소스도 마음에 들었다.





볶음밥은 아직까지 메뉴판에 정식으로 들어가 있지 않아서 아는 사람들만 시켜 먹을 수 있는 메뉴인데, 볶음밥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홍오로에서 꼭 한 번 먹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아낌없이 들어 간 날치알의 양부터 다른 집과 차원이 다르다.






홍대나 삼청동이라면 홍합요리 하나 먹기 위해서 매번 최소 1시간은 기다려야 할텐데, 가게가 신림동에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직접 메뉴를 연구하고 만들어내는 주인아저씨의 자부심에 어떤 메뉴든 믿고 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식당이다.




 

이제는 오리(고기)와 친해지고 싶다 - '화미가' 녹두점

어느 날, 김고문이랑 신림동 골목을 지나가다가 우연하게도(고맙게도) 정문에서 오리고기 시식행사를 하는 식당을
지나가게 됐다. 절대로 그냥 지나칠 리 없는 우리 둘은 오리고기 두 점씩을 먹어봤는데, 참나무 숯에 적당히 훈제 된 고기들은
지금까지 갖고 있었던 오리고기에 대한 편견을 한 방에 날려버릴 만했다.

그 이후로 계속 그 식당에서 오리들과 친해질 기회만을 노리다가, 드디어 지난 주에 친구들 넷이 그 곳에 모여 간단히
점심을 먹기로 했다.


 
우리가 처음 시식을 했던 테이블인데 요즘은 시식행사를 안 하는 거 같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40,000원짜리 훈제 오리 바베큐大를 시키니 하나둘씩 반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 식당에서든 가장
흥미진진한
순간이다. 부추절임은 웬만한 고기집에 가면 기본으로 나오는 반찬이고, 그 옆의 살얼음과 도토리묵이 동동 떠 있는 김치국물이 참 시원새콤해서 좋았다. 소면이라도 후루룩 말아 먹고 싶은 맛이랄까.




이것도 고기집 반찬의 트렌드, 도라지 무침! (숨은 그림 찾기 : 순진한 애욕쟁이 김 모군)




반찬들을 몇 번 깨작거리고 있으니까 드디어 주인공이 등장했다. 야들야들 광채가 나는 비주얼은 마치, 촬영스탭들 한 가운데
서있는
장동건을 생각나게 했다. 한가했던 손이 갑자기 바빠지고, 나의 호흡도 점점 거칠어졌다.




오리고기가 장동건이라면, 마늘은 오달수? 훈제가 잘 돼 있으니까, 오리고기 특유의 냄새가 싫어서 못 먹었던 사람이라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거 같았다.




새콤한 맛이 좀 강한 게 아쉬웠지만 명이나물, 백김치, 깻잎절임도 단순한 엑스트라는 아니었다.




「오리가 나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는 나는 다만 하나의 깻잎이었다. 오리가 나의 몸 위에 살포시 앉았을 때 나는 그에게 가서
오리고기쌈이 되었다.」

얼마 전에 요리계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피에르 가니에르가 우리나라에 와서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선 비주얼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라고 했는데, 나는 프랑스 요리의 소꿉장난 같은 비주얼 보다는 차라리 이렇게 좀 더 원초적이고 가식 없는
비주얼이 더 맛깔 나게 보인다.
 
평소에 먹는 양이 결코 적지 않은 남자 넷이 오리고기大 하나만 시켰을 때는 양이 좀 적지 않을까... 했었는데, 먹다 보니
의외로 양이 찼다. 엄청 배부르다기 보다는 아주 적당히 든든한 느낌이었다.




고기를 시키면 나중에 밥과 국수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나는 따뜻한 국물을 먹고 싶어서 국수를 골랐다.
국물까지 다 마시고 나니까 적당히 든든했던 느낌에서 많이 배부른 느낌으로 바뀌었다. 나중에 계산을 하려고 하니
김고문이, 자기가 시원하게 쏜다고 했다. 뱃속도 훈훈하고, 분위기도 훈훈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회식하면 거의 반사신경처럼 돼지나 소...(가끔 개) 같은, 수 십년동안 봐왔던 애들하고만 또 보려는 습성이
있는데, 이제는 오리와 양의 새로운 매력에도 한 번 빠져보자. 처음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그 맛과 향이 나중에는 오히려
중독이 되는 법이니까.







놀라운 신림동의 물가 (5) - 우동촌



<신림9동 치안센터(파출소) 정문을 등지고, 바로 앞에 있는 골목을 조금만 올라가면 왼쪽에 바로 보임>

지난번에는 허수아비 돈까스에 대한 글을 올렸었는데, 이번에는 거기보다 값은 조금 더 비싸지만
여전히 다른 지역의 돈까스 전문점에 비하면 싸고, 사람들도 많이 찾는 우동촌이라는 곳이 있다고 해서 한 번 갔다왔다.
이름은 우동촌인데 간판메뉴는 돈까스다.




내부 느낌은 이 정도인데, 얼핏 보면 좁아 보이지만 창가 뒷쪽으로도 공간이 따로 마련 돼 있고, 그냥 딱 아담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녹두거리의 메인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았다.




일단 자리를 잡고 이 집에서 가장 싸고 무난한 5,500원 짜리 T본 돈까스를 시켰더니 먼저 조그만 그릇에 참치죽을 담아서 내왔다.
어차피 애피타이저라 양이 좀 적은데, 더 달라고 하면 더 준다고 한다.




죽을 다 먹고 좀 지나니까 T본 돈까스가 금방 나왔다. T본 스테이크처럼 돈까스 가운데에 뼈가 붙어있는 건 아니고,
한 접시에 등심, 양심을 튀겨서 내오는 형식인데 여태까지 내가 먹어 본 어떤 돈까스보다도 고기가 두툼했다.
얼마나 두툼하냐면...




튀김옷을 뺀 고기 두께만 최소 2cm는 넘는 거 같았다. 겉의 튀김가루도 과자 '웨하스' 부스러기마냥 유난히 바삭바삭 한 게
인상적이었고 대부분의 돈까스 전문점의 소스는 중국집의 짜장소스처럼 굉장히 표준화 된 맛인데,
여기는 직접 개발한 소스를 쓰고 있었다. 그 소스 재료는... 모르겠다. 난 절대미각이 아니니까.




돈까스를 다 먹고 나니까 직접 만든 양갱이랑 자스민차를 디저트로 갖다줬는데 그리 달지 않은 차가운 맛이 입 안을 깔끔하게
마무리 해줬다. 생각해보니 신림에서 디저트 나오는 식당에 들른 게 처음이었네.

 
허수아비 돈까스와 우동촌은 둘 다, 주 메뉴로 삼고 있는 돈까스가 인기가 많다는 점에서 서로 비교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데, 맛은 워낙 주관적인 거고 1,500원의 값 차이에서 생기는 장단점도 분명히 있으니까 어디가 더 좋다!
이렇게 쉽게 말 할 수는 없을 거 같다. 게다가 우동촌은 T본 돈까스 외의 다른 메뉴들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내가 아직 먹어보지 못했으니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점은
"돈 값을 한다."







놀라운 신림동의 물가 (2) - 허수아비 돈까스



나의 베스트 프렌드 '김고문'의 소개로 알게 된 맛집. 원래 돈까스를 좋아해서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꼭 먹었었는데
가격대비 여기만큼 맛있고, 인심 푸짐한 돈까스 전문점은 여태까지 못 봤다. 등심살이 적당히 두툼해서
씹는 맛도 좋다.




양배추 잘 게 썬 것도 어른 주먹만한 크기로 담아 주는데, 밥과 양배추와 미소 된장국은 더 달라고 하면
매 번 아주 친절하게 웃으면서 듬뿍 더 담아준다.
맛은 있지만 살짝 불친절한 주인의 태도가 마치 요즘 숨겨진 맛집의 트렌드처럼 여겨지는 때에
맛도 좋고, 인심도 좋고, 가격도 싸고... 기분 좋게 한 끼를 먹고 나올 수 있는 식당이다.

등심까스는 몇 개월전에 500원 올라서 4,000원, 등심까스+우동 세트는 5,500원
원래 이 곳은 체인점인데, 다른 지역의 허수아비 돈까스는 여기보다 가격이 비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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