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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신림동의 물가 (6) - 육쌈냉면

요즘, 웬만한 전문점에선 냉면 한 그릇 값만 해도 보통 5,000원은 넘게 받는데, 4,500원에 냉면과 돼지갈비
둘 다 먹을 수 있다면 나처럼 냉면 좋아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한번쯤은 가보고야 말겠지. 역시나 우리나라엔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육쌈냉면이 벌써 21번째의 지점을 냈다. 이젠 신림은 물론이고 서울과 경기지방의 웬만한 곳에서
다 똑같은 가격으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놀라운 신림동의 물가"라는 제목이 좀 빛이 바랜 느낌이지만 어쨌든 신림이
본점이기 때문에 이 글은 신림동 시리즈에 넣기로 했다.



처음 갔던 날은 마침, 냉면 먹기 좋은 무더운 주말에다 점심시간이었기 때문에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냉면을 줄 서서 먹는 경험은 을밀대 이후로 처음이었다. 좀 놀라웠던 건 내 앞 줄도 제법 긴 편이었는데도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5~10분 기다리니까 2층으로 안내를 받았다. 옛날에 홍대의 하카타분코에서 라면 한 그릇 먹으려고
1시간 가까이 기다렸던 생각이 났다. 그 때는 내가 미쳤지...




자리에 앉자마자 벽에 붙은 메뉴판을 봤다. 고민할 거 없다. 둘이 왔으면 그냥 무조건 육쌈 2개인거다. 원래 난 95%의 확률로
무조건 물냉면을 시키지만 왠지 이 날은 잠시, 비빔냉면을 먹을 지 5초 동안 고민하고 물냉면을 시켰다.
냉면육수는 자기가 먹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갖다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난 지금까지 냉면이 패스트푸드라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었는데, 냉면 두그릇을 주문하고 뜨거운 육수 한 컵을 후후 불며
미처 다 마시기도 전에 냉면과 고기가 나왔다. 물냉면의 맛 자체는 예상했던대로, 엄청 맛있는 정도는 아니고 아주 무난했다.
테이블 위의 주전자에는 물냉면 국물이 항상 가득 차 있으니까 비빔냉면을 시켜서 반은 비빔냉면으로 먹다가
 시원한 물냉면 국물을 붓고 물냉면으로 변신시켜서 먹는 방법도 좋겠다. 그런데 왜, 중국집에는 짬짜면이 있는데
냉면집에는 아직도 물비냉면이 없나! 이것도 나름대로 대박의 조짐이 보이는 아이템인데...




냉면과 세트로 나온 돼지갈비도 예상했던대로 크게 대단한 맛은 아니었고, 먹고나니 아쉬워서 한 접시 더 시킬 정도의
수준이랄까. 음식점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인 맛, 인테리어, 친절도가 말 그대로 무난한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난한 정도면 별 게 아닐까? 난 요즘 "그냥 평범하게 남들 사는만큼 살고 싶다"이 게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일인지 
종종 느낀다. 큰 불만없이 싼 값에 잘 먹고 나왔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는 것은 전혀 기본이 안 돼 있는 음식점들이 
수두룩한 마당에, 평범하고 무난한 게 아니고 이 집이 갖고 있는 경쟁력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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