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0원으로 즐기는 초밥뷔페 - 화촌


여태까지는, 다른 곳에서도 제법 입소문 타고 알려진 곳들을 나도 뒤늦게 따라 가보고 나서 블로그에 후기랍시고 올리는 게
마치, 둥둥 뒷북을 때리는 느낌이 들어서 뭔가 영 개운치 않았는데, 이번엔 내 주변의 몇몇 사람들만 아는 곳을
올리려고 하니까 뭔가를 '발굴'해낸 느낌마저 드는구나.

얼마 전에, 우리 회사에서 5분만 걸어가면 12,000원에 초밥을 실컷 먹을 수 있는 초밥뷔페가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친한 개발자 형의 대접 겸 해서 한 번 가 봤는데, 생각보다 첫느낌이 되게 좋았다. 그 이후로 4번을 더 가 봤는데
점심시간에 한 번 갔을 때 빼고는 다 만족스러웠다.

'화촌'에 대해 글을 쓰려니, 이곳과 가장 성격이 비슷하면서도 가까운, 구로 이마트 앞 '마토이 스시'와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올해 초까지는 초밥 먹을 때 무조건 마토이 스시만 갔었다. 거긴 지금도 14,900원의 회전초밥 뷔페라는 참신한
아이템으로 항상 20분 이상 기다려야 될 정도로 많은 손님들을 끌어모으고 있는데, 식사시간은 1시간으로 제한 돼 있고, 
음식을 남기면 벌금도 있다. 물론, 여태까지 그런 이유들로 벌금을 내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마음 편히 음식을 즐기기에
약간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일단, 화촌은 줄 서서 기다릴 일이 (아직은)없다. 저녁 먹으러 처음 갔을 때는 서너 테이블 빼고는 다 빈자리였다. 
맛이 없는 것도 아니고, 주인이 불친절하거나 인테리어가 후진 것도 아닌데... 그래서 난 당연히, 오픈 초기라서 손님이 별로 없는
걸로 짐작하고 주인아줌마(아니지, 여사장님)한테 물어봤더니 약간의 여유마저 느껴지는 미소로 오픈한 지 벌써 1년이
다 돼 간다는 대답을 들었다. 와우! 혹시, 이 식당이 입점 해 있는 건물주인이신가? 옆에서 초밥을 쥐고 있던
주방장 아저씨들도 각자 자기가 여기서 일한 지 몇개월 됐는지 계산해 보더니 "어라? 우리가 벌써 1년 다 됐네?"이러면서
서로 웃기만 한다.

혼란스러웠다...




아무튼, 초밥들은 대체로 밥의 양이 적어서 초밥 자체의 맛을 느끼기에 적당했다. 마토이 스시 같은 경우는 생선초밥을 만들 때
밥을 좀 많이 넣어서 손님들이 은근히 초밥을 많이 먹지 못하도록 하는 꼼수를 부리는 느낌이 들었는데 여긴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역시 사장님이 건물주인가? 하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었다.




난 이 연어초밥이 너무 좋다. 다른 메뉴 다 빼고 이것만 남겨놔도 난 계속 먹으러 올 거 같다.




어느뷔페든 마찬가지지만, 메인 메뉴 몇 개 빼고는 메뉴가 자주 바뀌기 마련, 이 계란초밥은 다섯 번째 갔을 때 처음 봤다.
 원래 김으로 만든 허리띠를 매고 있는 게 일반적이긴 하지만, 얘들은 나처럼 허리띠를 안 매고 있었다. 계란말이가 조금 달다고
느꼈지만 크게 꼬투리 잡을 정도는 아니었다. 연어초밥만큼 좋아하는 메뉴라서 최소 10개는 넘게 집어 먹은 거 같다.
다른 블로그에서는 종종 '다마고 스시' 어쩌고 하는 이름으로 부르던데, 좋은 우리말 놔 두고 왜 굳이 일본말을 쓰는 지 모르겠다.
역시 일식은 일본 이름으로 불러줘야 가오다시가 사는 건가?




처음엔 이 것도 연어초밥인 줄 알고 마구 집어왔었는데, 알고보니 송어초밥이라네.




나는 어느 뷔페든 이 게 있으면, 한 두개씩은 꼭 집어 먹게 된다.





여기는 롤조차도 다른 뷔페에 비해서 밥의 양이 엄청 적다. 사장님, 이쯤에서 정체를 밝혀주세요!




접시 색깔도 곱네. 물론, 초밥뷔페라고 해서 초밥만 있는 건 아니다.




계속 밥만 먹으면 입 안이 Fuck Fuck 할 거 같아서 메밀국수도 가져왔다. 맛은 뭐 그냥 그렇다.




카레맛이 약간 나는 감자크로켓인데, 몰래 비닐봉지에 싸 가고 싶은 충동을 매 번 느꼈다. 맥주안주로 먹으면 기똥 찰 거 같다.




손만두 튀김은 갓난 아기 주먹도 안 되는 크기라서 부담 없이 먹기에 좋았다. 원래 만두를 좋아하는데다 겉이 얇고 바삭해서
여러 번, 아주 여러 번 가져다 먹었다. 난 이럴 때 뷔페에 온 쾌감을 느낀다.




봄을 돌돌 말았다는 뜻의 춘권(春卷), 이름의 유래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도 껍질이 얇고 바삭바삭해서 꼭 먹게 되는 메뉴다.
가끔 다른 저가뷔페에 가 보면, 접시의 온도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서 차갑게 식어버린 음식을 먹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화촌은 음식들을 늘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신경을 잘 쓰는 편이었다. 




돼지목살 양념고기인데 그다지 특별한 맛은 아니었던 거 같다.




오징어 튀김은 내가 포장마차에서 튀김을 먹을 때 꼭 시켜먹는 메뉴인데, 여기서는 다른 거 먹느라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꼬치오뎅도 여기서는 아직 한 번도 안 먹어봤다.




순살 돈까스와 새우 소금구이 둘 다 다섯 번째 갔을 때 처음 보는 메뉴들이었는데, 다음에도 또 있으면 좋겠다.




어차피 새우는 수입산일 테니까 그렇다 치고, 튀김옷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요 몇 년간 먹었던 새우튀김 중에서 제일 맛있었다.



 
인절미, 수박화채, 사과 등의 디저트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 배가 너무 불러서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




저번에 같이 왔던 절친 김고문이 이 고구마튀김을 되게 좋아했던 생각이 난다.




난 매번 이 양갱으로 마무리를 했다. 일반 가게에서 파는 해태 밤양갱은 설탕을 뭉쳐 놓은 듯, 매우 달지만,
이 수제 양갱은 차갑고도 아주 은은한 단맛이 참 좋다.

평소에도 어디 맛있는 집 없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내가, 걸어가도 5~10분밖에 안 걸리는 거리에 있는 이런 곳을
오픈 한 지 1년이 다 돼 가는 시점에 알게 됐다는 건, 사장님의 홍보 마인드가 몹시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제발 홍보에도 신경 좀... 그래도 맨 처음에 갔을 때와 비교하면 다섯 번째 방문 때는 제법 손님들이 차 있었다.
아무래도, 뒤늦게나마 아주 천천히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거 같았다. 

점심 뷔페는 10,000원이고, 저녁 뷔페는 12,000원인데, 2천 원 차이지만 점심과 저녁메뉴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기왕이면 저녁때 가는 게 팁이라면 팁이랄까...